2025년 4월 16일 개봉한 일본 스릴러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라스트 쇼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시간 속에서 긴박하게 벌어지는 협상극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생방송 뉴스 스튜디오라는 폐쇄적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테러 상황을 중심으로, 언론인의 윤리와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집중 조명합니다. 원작인 2013년 한국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일본 리메이크작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12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변화한 사회 인식과 기술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아베 히로시의 연기력과 와타나베 감독 특유의 묵직한 연출은 이 작품만의 여운을 남깁니다.
생방송 뉴스 속 테러, 일본식 스릴러의 새로운 시도
영화는 단순한 테러물이 아닙니다. 뉴스라는 미디어와 이를 둘러싼 권력, 그리고 개인의 욕망과 죄책감이 얽혀 있는 복합 장르입니다. 주인공 오리모토 신노스케(아베 히로시)는 한때 최고의 앵커였지만, 어떤 사건 이후 방송계를 떠났다가 쇼타임 7으로 복귀하며 다시 정점으로 올라서려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테러범이 그를 협상 상대로 지목하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기 시작하죠.
영화는 방송 중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협상과 사건 전개를 통해 관객을 극에 빠르게 몰입시킵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설정 자체에 큰 무게를 두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러범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에서 요구하는 방식이나, 경찰과 방송국의 대응 태도, 심지어는 카메라 운영 방식까지 201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2025년이라는 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 산만하게 퍼지는 전개입니다. 언론사의 내부 비리, 정치권과의 유착, 테러범의 진짜 목적까지 다양한 요소를 억지로 밀어넣으면서 흐름이 급격히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테러 와중에 주인공이 선배 앵커의 비리를 마치 검사처럼 조사하고 추궁하는 장면은 극의 현실성을 크게 훼손하며, 많은 관객이 공감하지 못한 지점으로 지적됩니다.
결정적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은 클라이맥스 직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걸그룹 뮤직비디오 장면입니다. 극의 흐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뜬금없는 편집으로 많은 관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연출 감각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연출자가 의도를 드러내려 한 ‘쇼’에 가까운 장면이 되었습니다.
배우 아베 히로시,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다
아베 히로시는 이번 작품에서 극 전체를 혼자서 이끌어가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가 연기한 오리모토 신노스케는 단순히 테러 피해자가 아닌, 과거의 잘못을 숨기고 야망을 좇아 방송계로 복귀한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차분함과 이성, 때로는 이기심까지 드러내는 그의 연기는 단연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오리모토는 극 초반에는 테러 상황을 자신의 커리어 회복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시청률을 의식해 방송을 계속하고,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대범한 척 행동하지만, 점차 테러범의 정체와 목적이 드러나면서 그의 과거와 맞물리는 장면에서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베 히로시는 이 감정의 파고를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섬세한 표정 변화, 대사의 호흡 조절, 그리고 눈빛 하나로 인물의 내면을 전달합니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인물을 따라가는 방식은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를 더욱 강조하며 몰입감을 높입니다.
류세이 료가 연기한 기자 아사카는 오리모토의 보조 역할로 등장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입체감은 다소 부족합니다.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오리모토와의 관계에서 더 깊은 갈등이나 서사가 주어지지 않아 감정선의 연계성이 약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오리모토 중심의 ‘원맨쇼’ 구조이지만, 이는 곧 아베 히로시의 연기력이 영화를 살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결말과 메시지: 원작과의 차이점과 유사점
※ 이 항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테러범 시게후지 간지의 목적은 사회적인 정의 구현이나 고위층 처벌이 아닙니다. 그의 목적은 오직 ‘진실한 사과’였습니다. 바로 오리모토가 6년 전 야마토전력 사고를 인지하고도, ‘쇼타임 7’의 앵커 자리를 조건으로 진실을 묻어버린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언론인이 권력과 명예를 위해 침묵한 대가를 폭로하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시게후지는 경찰특공대에 체포되고, 오리모토는 생방송 중 자신의 과오를 전 국민 앞에서 시인하며 퇴장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NJB 방송국, 야마토전력, 그리고 자유당 사이의 커넥션이 밝혀지고, 영화는 그 폭로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한국 원작인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주인공의 개인적 과거와 도덕적 선택이 중심 주제였지만, 일본판에서는 언론-정치-기업의 삼각 커넥션과 그 내막을 좀 더 길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메시지를 심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정보의 전달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되면서 관객 입장에서 혼란을 주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삽입된 걸그룹 뮤직비디오 영상은 극 전반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는 연출자의 상징적 의도(‘쇼타임’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려 했을 수 있으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몰입을 완전히 끊어놓는 전환으로 작용합니다.
결론: 현재와 맞지 않은 리메이크의 한계, 그럼에도 남는 여운
더 테러 라이브 라스트 쇼는 강렬했던 원작의 구조를 일본식 감성과 사회 구조 속에 이식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 서사 트렌드, 현실 인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점을 상쇄할 만큼 아베 히로시의 뛰어난 연기와 와타나베 감독의 연출력이 버티고 있으며, 언론과 진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2025년, 다시 돌아온 그 스튜디오. 그곳에서 벌어진 진실과 침묵의 대결을,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