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2. 16:42

아이를 키우는 이들에게 경종 울리는 영화–"울지 않는 아이" 리뷰(실화,양육, 사회에 대한 경고)

 

요즘은 영화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자주 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상업 영화는 판타지, 액션, 로맨스 같은 대중성을 고려한 장르에 집중하죠. 하지만 그런 상업성과는 조금 거리를 둔 영화가 가끔 등장하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2025년 4월 9일 개봉한 영화 <울지 않는 아이>는 그 울림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소리 없는 아동학대의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뼈아프게 그려낸 이 영화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를 향한 경고이자 질문입니다.
"당신은 아이의 울음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이야기

<울지 않는 아이>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 수아는 겨우 6살. 아직 유치원생일 나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받는 대신 쇠사슬에 묶여 외로운 집 안에 혼자 갇혀 삽니다.
엄마에게 맞아 멍이 들어도, 밥을 못 먹고 배를 움켜쥐고 있어도, 수아는 울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요.”
영화 속 수아는 말합니다.
그 말 한 마디에 관객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아이에게 울음이란 구조 요청입니다.
그런데 그 구조 요청이 수차례 무시당하면, 아이는 울음을 아예 포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동학대의 진짜 시작입니다.


부모만이 아닌, ‘어른 모두’가 봐야 할 영화

수아의 엄마 다영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입니다.
단순한 악인은 아닙니다.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인한 심리적 붕괴, 사회적 고립 등 다영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가 아동학대의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사랑받아야 할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이’입니다.

수아가 겪는 학대와 방임을 방관하던 이웃 정민(최대철)은 어느 날 창문 너머로 수아를 마주하고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결코 완벽한 인물이 아닙니다.
초반에는 무관심했고, 오히려 소음에 짜증을 내던 평범한 이웃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희망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누구든, 어느 순간부터라도 아이의 울음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
정민은 결국 수아를 위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이의 생명을 구합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책임감의 시작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양육’은 단순히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다

또 다른 인물, 수아의 할머니 ‘순임’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혼한 전 며느리 다영에게 양육비를 대신 보내주는 시어머니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흔치 않은 희생입니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손녀 수아를 직접 보호할 권리는 없습니다.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아이는 여전히 친모의 통제 하에 놓여 있으며, 수아가 구조된 이후에도 다영의 신고로 인해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때 순임이 정민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부탁이에요, 절 좀 도와주세요.”
자식 세대를 넘어, 손녀 세대까지 보호하고 싶은 한 할머니의 절절한 외침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부모라는 자격, 보호자의 권리, 어른의 책임.
<울지 않는 아이>는 이 모든 것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묶습니다.
"진짜 부모는 누구인가요?"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

<울지 않는 아이>는 결코 관람이 편한 영화가 아닙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무겁고, 때로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날것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꼭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이의 울음에 둔감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는 ‘어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옆집에서, 윗집에서, 심지어 내 아이의 친구 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수아가 존재를 숨기고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민의 개입과 순임의 결단이 없었다면, 수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 아이의 울음에 응답하는 어른이 되자

<울지 않는 아이>는 단순히 ‘슬픈 실화’ 이상의 영화입니다.
그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의 울음을 듣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울음에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라고 말이죠.

이 영화는 부모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고, 선생님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며, 결국 모든 어른을 위한 영화입니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양육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귀한 작품입니다.

2025년 봄, 조용하지만 강렬한 한 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울지 않는 아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울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어른들의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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