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파워 디지몬 더 비기닝>이 2025년 4월 11일, 드디어 국내 극장에 재개봉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2023년 일본 개봉 이후 약 한 달 만에 국내에 상영된 드문 사례로, 디지몬 어드벤처 02의 정통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선택받은 아이들’의 그 후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 ‘루이’의 서사가 어우러지며, 기존 팬층과 성인 관객에게 감동과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첫날 관람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상영 환경, 줄거리, 구성 특징, 장단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막판 + 더빙 OST, 혼재된 상영 방식의 특징
이번 재개봉은 CGV 단독으로 진행되며, 상영관과 시간대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일부 극장에서는 하루 2~3회 상영에 그쳤고, 대부분 오후 시간대에 편성되어 빠르게 관람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더빙판이 아닌 자막판으로만 개봉되었지만, 특이하게도 영화 속 삽입곡은 한국어 버전(전영호 가창)으로 제공됩니다.
즉, 인물들의 대사는 일본어 원음이고 자막은 한글이지만, 음악은 한국어 버전으로 흘러나오는 혼합 방식입니다.
또한, 자막 내 인물 이름은 ‘산해’, ‘나리’, ‘정우’ 등 한국식 이름으로 로컬라이징 되어 있어, 화면 속 일본 이름과 자막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눈에 띄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상영 방식은 일부 관객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반가움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이질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루이 중심의 서사, 기존 캐릭터는 조연
‘디지몬 어드벤처 02’의 후속편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이번 극장판의 주인공은 명백히 신 캐릭터 ‘루이’입니다.
루이는 자신이 최초의 선택받은 아이였다고 주장하며 등장하고, 그의 파트너 디지몬인 ‘읏코몬’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린 시절 학대와 외로움 속에서 디지몬을 만나고, 친구가 되어달라고 소원을 빌면서 생긴 ‘선택받은 아이들’의 기원과 연결되는 이 설정은 디지몬 세계관 전체를 뒤흔드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기존 캐릭터인 산해, 정우, 예지, 나리, 리키, 재하는 사실상 루이의 갈등 해소를 돕는 주변 인물로 기능합니다.
비중의 균형이 루이에게 크게 쏠려 있어, 디지몬 팬들에게는 '파워디지몬'이라는 제목과는 거리가 있다는 아쉬움도 제기됩니다.
특히 어드벤처의 캐릭터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태일이는 TV 화면을 통해 단 한 차례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디지몬의 탄생, 설정을 흔드는 서사적 전환
가장 충격적인 설정은 디지몬과 인간이 파트너가 된 시작이 루이의 소원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친구를’이라는 소망을 읏코몬이 실현하며, 전 세계에 디지바이스와 선택받은 아이들이 생겨났다는 내용은 지금까지의 세계관을 재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이에 따라 영화 내에서도 기존 아이들이 “우리의 우정은 계획된 것이었나?”라는 자문을 던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설정은 디지몬 세계관의 근간인 ‘우정’과 ‘운명’을 뒤흔드는 동시에, 인간과 디지몬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합니다.
물론 영화는 끝내 “우리의 우정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으로 회복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설정상의 충돌은 일부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전투보다 감정 중심의 전개, 갈리는 호불호
이번 작품의 액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전투 장면은 대부분 읏코몬이 변이한 거대한 존재와의 접촉 중심으로 그려지며, 강렬한 배틀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영화 전체는 ‘대화와 화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정서적 깊이를 강조합니다.
이는 <라스트 에볼루션 키즈나>와 유사한 분위기를 지니지만, 감정의 밀도와 연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평도 있습니다.
최종 결전이라 할 수 있는 장면조차 루이가 읏코몬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싸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이는 디지몬 특유의 성장과 진화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입니다.
결말과 쿠키 영상, 속편을 예고하다
결말부에서 디지바이스는 모두 소멸하지만, 디지몬과의 우정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산해와 브이몬을 포함한 파트너들은 여전히 함께하며, 리키는 “애초에 디지바이스는 필요 없었던 게 아닐까?”라는 대사를 남깁니다. 이는 시리즈의 물리적 상징을 없애는 동시에, 본질적인 유대감만 남기는 구조로, 향후 전개에 대한 암시로도 해석됩니다.
쿠키 영상은 루이 곁에 남겨진 디지몬 알이 흔들리는 장면으로 끝나며, 속편 제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로 인해 이번 작품은 단편적 마무리가 아닌, 다음 이야기를 위한 발판으로 받아들여지며, 다소 찝찝한 감정을 남긴 채 관객을 떠나보냅니다.
결론: 감동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디지몬 팬 필람작
<디지몬 더 비기닝>은 명백히 기존 팬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어릴 적 디지몬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는 깊은 향수를, 새로운 관객에게는 독특한 세계관과 감정선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전투의 박진감, 기존 캐릭터의 존재감, 이야기의 완결성 등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분명한 속편을 위한 교두보 역할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디지몬 팬이라면 꼭 극장에서 한 번쯤은 봐야 할 가치가 있는 영화지만, 시리즈를 처음 접하거나 전투 중심의 전개를 기대했다면 만족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루이와 읏코몬, 그리고 선택받은 아이들의 진짜 '비기닝'은 지금부터 시작될지 모릅니다.